‘발기한 눈알들로 술집은 거품일 듯 / 부글부글 취기가 욕망으로 발효하는 시간 / 밤공기 더 축축해졌지’ 같은 구절의「또다시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등 여러 시에서 그러한 면이 보인다. 그래서 그러한 성적인 면이 시의 전부가 아니라 시의 의미 또는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쓰여진 만큼 베스트셀러를 의식했다는 혐의에서는 벗어날 수 있을 듯 하다. 「Personal Computer」에서는 ‘점잖게 묻고, 잔치는 끝났다』는 자기 고백적이다. 오히려 자신의 고백 속에 담겨있는 한숨을 들어달라는 듯 보이기도 한., 「서른, 과거를 지워주며, 신세대들에게는 동경을 불러일으킨다. 그런 점에서 이는 베스트셀러를 의식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지만「또다시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를 예를 들어 보더라도 정작 ......
독후감 자료등록 최영미 『서른, 잔치는 끝났다』를 읽고
[독후감] 최영미 『서른, 잔치는 끝났다』를 읽고 - 미리보기를 참고 바랍니다.
그러나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최영미 『서른, 잔치는 끝났다』를 읽고
최영미의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는 자기 고백적이다. ‘물론 나는 알고 있다/ 내가 운동보다도 운동가를/ 술보다도 술 마시는 분위기를 더 좋아했다는 걸/그리고 외로울땐 동지여!로 시작하는 투쟁가가 아니라/ 낮은 목소리로 사랑노래를 즐겼다는 걸/ 그러나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로 시작되는 표제작, 「서른, 잔치는 끝났다」는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또 아무렇지 않은 척 시대를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화자의 목소리를 조금만 유심히 들어본다면 이런 솔직하고 당당한 고백 속에 드러나는 허무와 무력감을 알아볼 수 있다. 즉, 시인은 아무렇지도 않게 한 시대를 지나가는 듯 보이지만, 그 역시 급류를 지나 살이 찢기고 패인 연약한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고백 속에 담겨있는 한숨을 들어달라는 듯 보이기도 한다.
그런 최영미의 자기 고백적인 성격은 성적으로의 솔직함과도 이어진다. 이 시집에는 수많은 성적인 이미지들이 직설적으로, 또는 간접적으로, 교묘하게 연결되어 있다. 살점이 떨어져나간 굴비로 형상화된 「마지막 섹스의 추억」이 그렇고, ‘발기한 눈알들로 술집은 거품일 듯 / 부글부글 취기가 욕망으로 발효하는 시간 / 밤공기 더 축축해졌지’ 같은 구절의「또다시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등 여러 시에서 그러한 면이 보인다. 그런 점에서 이는 베스트셀러를 의식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지만「또다시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를 예를 들어 보더라도 정작 이 시는 운동권의 사생아인 자신들의 오늘을 돌아보는 것이며, 성적인 연상으로 이루어진 구절 또한 시의 의미를 더욱 극대화시키기 위해 쓰인 것이다. 그래서 그러한 성적인 면이 시의 전부가 아니라 시의 의미 또는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쓰여진 만큼 베스트셀러를 의식했다는 혐의에서는 벗어날 수 있을 듯 하다.
그런가하면 최영미의 시는 시대의 문화적인 코드와 연관지어 세태를 비판하기도 한다. 「Personal Computer」, 「24시간 편의점」과 같은 작품은 퍼스널 컴퓨터나 24시간 편의점이 가진 속성을 차용하여 우리의 모습을 비춰보고 있다. 「Personal Computer」에서는 ‘점잖게 묻고, 과거를 지워주며, 항상 빠져나갈 키를 가진’ PC의 모습에서 무력한 인간을 발견하고 또 그것을 냉소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래서 마지막 행인 ‘아아 컴-퓨-터와 씹할 수만 있다면!’에서 독자는 시인이 역설적으로 꼬아놓은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어쩌면 이 시집의 베스트셀러는 예견되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수많은 운동권의 사생아들과 더 이상 싸울 이념을 잃어버린 90년대의 젊은이에게 운동권 후일담을 이렇듯 솔직하고 객관적으로 풀어낸 최영미의 시는 충분히 매력적이었을 것이다. 이 시집은 386세대에게는 공감을, 신세대들에게는 동경을 불러일으킨다. 또, 시에서 한 발짝 물러나 있는 작가와 그것을 읽는 독자의 시선이 가깝기 때문에 서로 묘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흔히 20대 후반이면 ‘서른 즈음에’를 부르기 시작하고 서른이 되면 ‘서른, 잔치는 끝났다’를 읊조리며 30대를 맞이한다고 한다. 서른. 서른이란 나이가 주는 느낌이 아직은 절실하지 않다. 그저, 잔치는 끝났지만 뒤풀이는 계속 될 것이라고 믿으며 담담하게 그 나이를 기다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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