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후자라는 말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수기집을 보면서, 이미 자신의 이상을 이룬 사람들을 시기하며 신에게 왜 내 상자에는 이렇게 역경이란 독약이 많이 들었냐고 당신은 절대로 공평하지 않다고 세상마저 불신했던 내 자신의 볼이 점점 붉어진다. 창피해서 아무리 고개를 돌린대도, 신은 공평하시기에 상자 안을 모두 똑같이 채워주셨다. 세상은 혼자의 힘으로 이겨내는 것이 아니라, 장애든, 부모님들의 식어버린 감정, 몇 방울의 눈물을 흘리고 빠져나올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이 수기집에서의 아이들이 겪는 고통은 거의 모두가 돈, 한 사람의 삶의 질을 결정짓는 요소가 될 수는 있어도, 다르게 생각해보면 더 빨리 달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어떤 노래의 가사처럼 조금 더 아픈 삶을 사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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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다리미를 읽고나서
사람들은 모두 태어나면서 삶이라는 상자를 하나씩 가지고 태어난다. 그 상자는 가지고 나온 사람에 따라서 모양이 다를 수도 있지만, 신은 공평하시기에 상자 안을 모두 똑같이 채워주셨다. 몇 년이 지나고, 누구의 도움 없이 일어서서 달릴 수 있을 정도로 컸을 때 사람에게는 소녀 같은 호기심이 생긴다. 그래서 마치 장미의 가시를 보고도 장미의 아름다움에 이끌려 손을 뻗는 아이처럼 그 상자에 대한 두려움을 머릿속에서 잊어버리고 그 상자를 열어본다. 그 순간, 사람은 고통이라는 연기 속에 갇혀 숨을 쉬지 못해 질식해 버린다. 하지만, 그 상자를 만드신 신께서 원하셨던 것이 다만 연기 속에서 아직 못 다 핀 꽃이 시들어 가는 것을 보시는 것이었을까 신은 우리가 그 연기를 헤쳐내고 에로스와의 사랑을 이루어내는 프시케가 되는 모습을 바라신다고 말하는 것이 정답일 것이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다 보면 이 세상을 사는 사람들을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그 연기를 헤쳐 나가는 사람과, 그 연기를 헤쳐 나가지 못하고 그 속에서 목을 부여잡고 죽어버리는 사람.
난 과연 이 두 부류 중에서 어떤 사람이었을까 이 수기집을 읽으면서 이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창피해서 아무리 고개를 돌린대도, 내가 후자라는 말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17년 전, 상자를 연 순간부터 난 연기 속에서 얼마 발버둥 쳐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니, 이미 자신의 이상을 이룬 사람들을 시기하며 신에게 왜 내 상자에는 이렇게 역경이란 독약이 많이 들었냐고 당신은 절대로 공평하지 않다고 세상마저 불신했던 내 자신의 볼이 점점 붉어진다.
이 수기집에서의 아이들이 겪는 고통은 거의 모두가 돈, 부모님들의 식어버린 감정, 그리고 부모님의 그릇된 사고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 세 가지는 왜 그렇게 무수한 실들을 펼쳐가며 수많은 문제들을 만들어내는 거미가 되는지, 이 세상 사람들 대부분이 그 거미줄에 달라붙어 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다. 물론 모두가 그 거미줄에 달라붙어서 거미가 침을 흘리며 다가오는 것을 두려워하지만,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그 두려움에 가득 찬 자신의 모습을 보며 다른 이들이 손가락질을 한다는 것, 상처받아 너덜너덜해진 자신을 보며 너는 다르게 생겼다고 피하는 것을 보는 것이 가장 두려운 것이 아닐까 사실 우리 모두가 거미줄에 걸려있다. 하지만, 고통을 이기기 위한 방법의 일환인지, 이를 달달 떨면서도 허영심으로 남들을 손가락질하고 무시한다. 그러면서도 자신보다 더 나은 삶을 사는 사람들로부터 받은 생채기를 오랫동안 잊지 못한다. 가난이든, 장애든, 한 사람의 삶의 질을 결정짓는 요소가 될 수는 있어도, 한 사람의 가치를 결정짓는 요소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것들은 우리가 거미줄에서 빠져나오려고 할 때에 우리 앞을 가로막을 것이고, 더 뒤를 보면, 우리 후손들의 앞길까지도 가로막는 것이 될 수 있다.
사실 수 천 년 간 끊어져 있던 평등의 끈을 잇는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를 위해서, 거미줄에서 허우적대는 이 수기집의 아이들을 위해서, 그러니까 이 세상 모든 이들을 위해서 첫 번째로는 그 잘못된 의식부터 고쳐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야 거미줄에서 벗어날 때 지는 짐을 조금이라도 줄이지 않을까. 어떤 노래의 가사처럼 조금 더 아픈 삶을 사는 사람들이, 이 세상의 밑바닥이 아니라 밑받침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세상은 혼자의 힘으로 이겨내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들의 응원으로부터 이루어진다는 것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도.
물론 그들의 날개는 많이 찢겨져 회생불능이 되었을 수도 있다. 날개가 찢겨졌다는 것은 날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더 빨리 달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날개가 퇴화하는 대신에 다리가 진화한 타조라고 자신을 생각한 사람들. 그들은 이렇게 생각함으로써 똑같은 거미줄에 걸렸음에도 불구하고 빨리 빠져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왜 나는 항상 찢겨진 날개만 보아왔던 것일까 왜 나를 항상 밑바닥이라고 생각했을까 속앓이 하면서 지냈던 날들에 후회가 밀려온다.
불경기와 점점 더 감정을 빨리 식게 하는 무언가가 우리가 가지고 나온 상자 안의 독을 더 강하게 한대도, 우리가 발버둥치는 이상 연기는 연기일 뿐, 몇 방울의 눈물을 흘리고 빠져나올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그것이 신께서 원하시는 것이고 우리가 원하는 것이다. 이 수기집을 보면서, 날개가 찢겨졌음에도 불구하고 튼튼한 다리로 벌떡 일어나서 빨리 달리는 새들을 보면서, 아직은 연기 속이지만 끊임없이 발버둥치는 이 아이들을 보면서 세상 모든 사람들이 그 독에서 빠져 나와 에로스와의 사랑을 이루는 프시케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물론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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