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철학 Up
그렇다고 공학도라면 꼭 예술을 알아야 또는 예술에 끌려야 할까? 이것은 혹 콤플렉스일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확실히 공학과 예술은 한통속인 점이 없지 않다. 사람의 `감성`을 건드리기 때문일 것이다. 비록 감성을 다루기 위해서 사용하는 매체는 서로서로 다르다 할지라도 궁극적으로 인간의 감성을 다루기 때문에 공학과 예술은 서로 통하는 바가 많다.(너무 기계적인 발상으로 저비용 고효율만이 공학도 머리 속에 들어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편견이다. 결국 그 장비를 쓰는 사람, 그 기술을 이용하는 사람의 편의를 위한다는 점에서 공학 역시 다분히 감성적이다.) 역사상으로 공학도들과 예술인들은 서로 잘 어울렸고 같이 작업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레오나르도 다빈치 등 예술가이면서 발명가, 혹은 과학자이면서 화가인 경우가 많은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특히 기계나 사물을 설계하는 것과 예술이 전문분야로 분화되기 시작한 근대기에 올수록 공학도와 예술인들의 협력작업들은 종종 중요한 실생활에 쓰이는 제품으로 나타나기도 하였다. 마치 비행접시가 떠가는 듯한 환상적인 디자인의 시트로앵은 드골 대통령으로부터 `달려가는 프랑스예술의 극치`라는 찬사를 받으며 20세기를 풍미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상통성에도 불구하고 공학은 확연히 예술과 다르다. 그것은 공학도가 사람이 쓰는 물건을 만드는 기능적 역할을 가지고 있으며, `자본`과 `경제활동`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경제적 역할이 강하고, 또한 설계와 생산을 성립시키는 기능이 다분히 계산적이라는 것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공학의 특성은 아무리 예술적 측면, 문화적 측면을 강조한다 하더라도 절대로 부정할 수 없는 속성이다.
예술이란 기본적으로 사람들을 자극하고 감동을 주는데 그 충분한 역할이 있다. 지적 차원, 감성적 차원 모두에서 그렇다. 하지만 공학은 다르다. 공학은 `자극과 감동`에 그칠 수 없다. 항상 `자극의 원인과 감동의 결과`에 까지 이를 수밖에 없다. 그만큼 공학은 현실적이라는 말이다. 다만 좋은 제품과 뛰어난 창조품은 `자극과 감동`의 차원에 기반하고 있을 것이다. 물론 더 좋은 창조를 위해서 공학과 예술의 만남은 필요한 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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