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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는 그 이름만 거창한 단층 여관 ‘라스팔마스 105호’에서 떡치는 흑인과 담비 킴(은주), 그리고 그 방문 앞에 놓인 두 뼘이 다되는 거대한 워커와 한 꼄이 될까말까한 하얀 고무신의 disharmony를 보게 될 것에 대해 암시하는 장치가 아닐까 생각했. , 용산에서 다시 용주골행 버스로 갈아타게 된다. . ‘나’는 용주골행 버스 안에서 앞좌석에서는 무더위 속의 개처럼 혀를 ‘훼훼 내두르는’ 흑인 병사를, 과거와 달리 오늘날에는 ‘반미’가 작가를 비롯한 지식인들만의 몫이 아니라 거의 모든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을 만큼 하나의 사회적 추세가 됐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설의 일인칭 주인공 ‘나’는 돈놀이를 하는 아내와는 대조적인 인물로,, 정적이고 조심스러우며 모질지 못한 전형적인 소시민이다. 이것 역시 대세라면 인간은 참으로 더럽고 간사한 동물임이 틀림없다. 미군부대와 한국군 부대를 한 정거장이 멀다하고 볼 수 있을 정도로 군인과 창녀가 득실대는 그 동네에서 2년 1개월여의 기간을 복무하면서 용주골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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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승세-황구의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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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파주 용주골 인근의 ‘155mm 야전 포병 부대’에서 4개월 전까지 군 생활을 했다. 미군부대와 한국군 부대를 한 정거장이 멀다하고 볼 수 있을 정도로 군인과 창녀가 득실대는 그 동네에서 2년 1개월여의 기간을 복무하면서 용주골과 법원리에 있는 사창가와 그 주변을 수없이 지나다녔기 때문에 작품을 감상하면서 그 배경을 쉽게 그려볼 수 있었다.

소설의 일인칭 주인공 ‘나’는 돈놀이를 하는 아내와는 대조적인 인물로, 정적이고 조심스러우며 모질지 못한 전형적인 소시민이다. 그는 아내의 간청에 못이겨 “약도 위에<그년의 양색시 이름, 담비 킴>이라” 쓰인 쪽지를 들고 채무자 은주에게 돈을 받아내기 위해 의정부에서 용산으로, 용산에서 다시 용주골행 버스로 갈아타게 된다. ‘나’는 용주골행 버스 안에서 앞좌석에서는 무더위 속의 개처럼 혀를 ‘훼훼 내두르는’ 흑인 병사를, 옆 좌석에서는 ‘치골의 윤곽이 다 드러나도록 꼬옥 째인 청바지를 입은’ 창녀를 보게 되는데, 이것은 ‘나’의 목적지인 기지촌 용주골을 구성하는 사람들에 대한 암시이자, 구체적으로는 그 이름만 거창한 단층 여관 ‘라스팔마스 105호’에서 떡치는 흑인과 담비 킴(은주), 그리고 그 방문 앞에 놓인 두 뼘이 다되는 거대한 워커와 한 꼄이 될까말까한 하얀 고무신의 disharmony를 보게 될 것에 대해 암시하는 장치가 아닐까 생각했다.

이 소설은 이른바 ‘반미문학’으로 일컬어지는 소설인데, 과거와 달리 오늘날에는 ‘반미’가 작가를 비롯한 지식인들만의 몫이 아니라 거의 모든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을 만큼 하나의 사회적 추세가 됐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가 유례 없이 공개적으로 깊은 우려를 표명하면서 반미감정 확산 저지에 적극 나서고 있는 판국이니 말이다. 미국의 선의를 믿고 고마움을 간직하고 있던 사람들이 훨씬 더 많았던 우리 사회가 언제 어떻게 이렇게 변했을까. 이것 역시 대세라면 인간은 참으로 더럽고 간사한 동물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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